美 1조규모 ICO금지 등 글로벌규제 속 스위스 ‘ICO천국’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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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ICO(Initial Coin Offering)를 금지하고 관련 업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스위스가 글로벌 ICO 성지가 됐다.

ICO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 모집 방법이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기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스타트업은 초기 사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주제로 백서(whitepaper)를 공개하고 암호화폐 발행, 투자자들에게 선판매해 자금을 확보한다.

알프스 국가로 ICO가 몰리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기조 속에서 아직까지 관련 규제가 적고 국가와 주정부가 암호화폐에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저그(zug)시 크립토벨리(crypto valley)에 자리잡은 블록체인 업체들은 이곳에 본사를 두는 방식으로 세계 각국의 규제를 피한다.

美 SEC, 1조규ICO 금지…페이스북, 관련 광고 차단

3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기 혐의로 텍사스 소재 ‘어라이즈뱅크(Arisebank)’가 계획한 10억 달러(약1조690억원) 규모의 ICO를 금지했다. 이 회사는 수백개의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블록체인 기반 은행을 표방하며 페이스북 등 SNS 광고를 통해 ICO 투자자들을 모집해 왔다. 페이스북은 같은 날 암호화폐와 ICO 광고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SEC는 지난해 7월 ICO로 발행하는 암호화폐가 증권 법상의 유가증권에 해당한다고 해석을 내놨다. 이에 근거해 지난해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피해사례가 늘자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규제에 착수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ICO를 감시하고 있다. CFTC는 지난해 10월 ICO를 통해 발행되는 암호화폐가 상황에 따라 상품이나 금융 파생 상품으로 간주된다고 판단했다.

美 CFTC, 사기 비트파이넥스 테더 소환조사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Cryptocurrency Exchange) 중 하나 인 비트파이넥스(Bitfinex)와 미국 달러화로 거래되는 암호 토큰을 판매하는 회사 테더(Tether)가 12월에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의해 소환됐다.

최근 MIT테크놀로지리뷰에 따르면 이번 소환의 배경은 이렇다.  영국령 버진 제도에서 설립된 홍콩 기반의 테더와 비트파이넥스가 사업거래에서 투명하지 못했다. 외면적으로 분리 된 두 회사가 임원을 공유한다는 것이 최근에 밝혀졌다. 테더는 미국 달러와 1:1로 유지해 그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암호화폐다. 테더가 발행한 23억달러(2조4700여억원) 상당의 토큰이 실제로 달러 보유로 지지 받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 돼 왔다.  이 회사는 은행 잔액 등 달러 유보가 사실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최근에는 감사를 실시한 회계 법인과의 관계를 끊었다.

·中 ICO금지, 해킹조사…G20서 글로벌 공동대응 예고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 규제 당국도 경계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반복됐던 보안 실패와 기금 손실이 있었던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번 조사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일 경찰이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을 압수수색 했다. 경찰은 지난해 발생한 해킹사고 관련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해킹 경로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빗썸 등 거래소에서 여러 차례 해킹사고가 발생해 일부 거래소가 파산하는 등 피해가 늘자 금융 당국은 합동조사를 벌였다. 지난달 말부터는 시중 은행을 통해 거래소 이용자 대상 실명확인(KYC)을 실시 중이다.

암호화폐에 관대했던 일본도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말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에서 발생한 580억엔(약 5723억원)대의 ‘NEM’ 해킹사고로 일본 정부가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 32곳(심사진행 중인 16곳 포함)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에 나섰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ICO,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채굴 업체에 대한 전원 차단 등 퇴출을 유도하는 한편 중국인의 암호화폐 해외 거래 리스크를 경고하고 나섰다.

일찍부터 암호화폐 관련 세제 등 제도화에 힘써온 유럽 국가들도 규제를 모색중이다. 독일과 프랑스 재무장관은 3월에 개최되는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암호화폐 글로벌 공동대응을 의제로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암호화폐가 익명성을 통한 테러 자금 조달, 돈세탁 등에 활용될 우려가 있다며 다음달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의제로 제안하겠다고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밝혔다.

스위스, 크립토벨리 이어 ‘크립토네이션표방

스위스는 암호화폐(cryptocurrencies)에 대해 전세계의 규제 기조와 달리 포용적인 입장이다.  스위스가 ICO에 유화적 조치를 취하면서 저그(Zug)주에 위치한 크립토 벨리(Crypto Valley)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특구가 됐다

스위스 경제장관 요한 슈나이더-암만 (Joseh Schneider-Ammann)는 최근 스위스 알프스에서 열린 금융회담에서 스위스가 암호 국가(crypto nation)가 되길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위스는 기업 친화적인 규제환경과 투명성으로 글로벌 블록체인 업체를 반기고 있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넨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위스의 매력은 부유한 지역 투자가와 고급 기술 인력이 잘 어우러진데 있다. Crypto Valley로 ICO가 몰리며 올해도 일 최대 10 건의 ICO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의 블록체인 스마트폰 제조 스타트업 시린랩(Sirin Labs)은 ICO에서 1억5700만 달러 이상을 모으는 등 여러 스타트업이 스위스를 찾고있다.

암호화폐 포용정책 계속될지는 의문

스위스 금융감독기관인 FINMA(Swiss Financial Market Supervisory Authority)는 지난해 9월 스위스에서 실시된 ICO가 현저히 증가한 것을 확인하고 규제 조항이 위반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ICO 사례를 조사키로 한 바 있다.

베른(Bern)에 위치한 FINMA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테스크포스 조직처럼 ICO 워킹그룹을 만들어 규제 방안을 연구 중이다. 당국은 ICO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면서도 금융시장의 표준과 완전성을 위해 고객실명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규제 프로토콜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문제점도 발생했다. 크립토벨리에 기반을 두고 전 세계에서 ICO로 2억3200만 달러를 모금한 테조스(Tezos)가 미국 법원에 사기로 고소됐다. 테조스 설립·개발자들과 고소전에서 스위스 재단 이사장 요한 게이버스(Johann Gevers)는 최근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사퇴하겠다고 약속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법인은 스위스 법령에 따라 이사 중 1인을 반드시 스위스 거주자로 해야 하는데, 스위스 이사와 ICO 개발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발생한 경우다. 이처럼 암호화폐 거래를 포함, ICO와 관련한 사기와 분쟁 등 문제가 빈번하거나 강력한 글로벌 공동대응안이 나오면 관련 규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FT에 따르면 스위스는 지난해 미국에 이어 국가별 암호화폐 ICO 총액에서 2위를 차지했다. 스위스에서 이뤄진 ICO 모금액은 지난해 1~10 월 5억5000만 달러로 미국 5억8000만 달러에 근접했다. 전세계에서 ICO를 통한 모금액은 약 40억 달러(4조3000여억원)에 달했다. 최근 ICO 업체들은 암호화폐 발생지로 세계 최대 시장이 형성된 미국의 관련 규제와 집단소송(class action)제 등으로 미국보다 스위스를 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