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짐바브웨, 크립토에 눈돌리는 이유…인플레·달러 자금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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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터키, 이란, 짐바브웨. 이 네 국가들이 가치저장고 및 거래 수단으로 ‘크립토(crypto)’에 주목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는 위 네 국가들의 극심한 인플레이션 및 경제난을 짚고, 자국 화폐 대신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로 대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현상만으로 비트코인 거래량이 늘어났다는 분석은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짐바브웨, 외환 규제에 비트코인으로 관심↑

특히 베네수엘라와 잠바브웨는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정부의 외환 규제에 달러 구입이 어려워지자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가치저장고 및 결제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03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자본 통제로 인해 일반 시민들의 달러 구입이 어려워졌다. 외화 부족, 물자 결핍 등으로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들이닥쳤고, 이때 비트코인을 구매하거나 채굴하는 시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비트코인 이용자 수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수치는 없지만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적어도 수백 만 명의 비트코인 지지자들이 있었다.

비트코인이 점차 늘어난 시점은 2014년부터다. 특히 2016년 12월 17일로 끝나는 주 당시 275%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으로 베네수엘라에서 통용되는 화폐 5억 볼리바르(VEF) 이상에 달하는 비트코인 거래가 이뤄졌다.

이 때부터 베네수엘라 암호화 경제 관련자들이 ‘비트코인’ 등 다른 크립토들에 대한 우호적 발언을 하기 시작했고, 볼리바르나 미국 달러의 실제 대안으로 비트코인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6년 1월 비영리단체인 비트코인베네수엘라닷컴을 운영하는 베네수엘라 출신 랜디 브리토(Randy Brito)는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베네수엘라에서 비트코인 시장은 실제로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 내 비트코인 채굴자 대부분이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사람들과 비공식적으로 거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비트코인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2017년 초 베네수엘라 현지 거래소인 서비트코인(Surbitcoin) 거래소는 “비트코인 이용자 수가 2014년 450명에서 2016년 8만 5천 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베네수엘라가 직접 나서 원유를 담보로 가상통화 페트로(Petro)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행보에 비트코인 포함 가상통화의 인기와 사용이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실제 최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내 특정 거래소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페트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선호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베네수엘라 경제적 재앙의 수혜자는 비트코인만이 아니다. 특히 대시(Dash) 이용자들도 상당히 늘었다. 이용자들은 낮은 거래 수수료 등으로 결제 수단으로서 대시의 편리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시 측에 따르면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540명이 넘는 상인들이 결제 수단으로 대시를 받아들이고 있다.

짐바브웨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9년 짐바브웨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자국 통화를 포기했다. 그 후 짐바브웨 정부는 미국 달러를 포함해 여러 화폐를 법정화폐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경제난이 지속되고 심각한 달러 부족에 빠지면서 지난해 짐바브웨 내 달러 가치마저 미국 달러화 대비 급락해버렸다.

이에 맞서 짐바브웨 정부는 ATM 인출 한도를 제한하는 등 자본 통제에 나섰다.

당시 짐바브웨 시민들은 정부 통제와 규제를 받지 않는 통화를 보유하고자 비트코인으로 눈을 돌렸다. 실제 지난해 말 짐바브웨 가상화폐 거래소 골릭스(Golix)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두 배로 급등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골릭스 내 거래 규모는 네 배로 크게 늘었다. 당시 5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유입되는 달러가 부족하고, 군사 쿠데타 등 정치적 요인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란, ‘인플레’만으로 크립토 큰 바람은 아직
터키,  미국 달러·금 거래에 더 주목

반면 이란과 터키 내 비트코인 거래는 늘긴 했지만 인플레이션으로만 가격 상승 요인을 찾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올해 이란에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두자릿수로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4월 이란의 인플레이션은 7.9%를 보이다가 한 달 뒤 5월 9.7%로 오르더니 6월 13.7%, 7월 18%까지 치솟았다.

인플레이션 사태에 이란 정부 또한 7월 늦게 국가 주도의 가상통화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실제 이란에서 가상통화 거래는 정부의 거래 금지 조치에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4월 이란 정부는 은행을 상대로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 조치했다.

그럼에도 지난 4월과 5월 비트코인의 대면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컬비트코인즈(LocalBitcoins)를 이용해 이란 화폐 리알(IRR)-비트코인(BTC) 거래가 늘어났다. 지난 7월 7일과 28일 사이 IRR-BTC 거래 규모는 109.1%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동안 이란과 유사한 수준의 GDP를 보유한 태국에서는 27.6% 거래 규모가 늘어났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이란에서는 약 17만 달러 규모의 거래가 발생했지만, 태국에서는 47만 달러의 거래 규모가 나타났다. 이와 관련 코인텔레그래프는 “인플레이션 위기만이 크립토 채택 확산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며 “이란의 크립토 시장은 아직 작을 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규제 돼 있다”고 언급했다.

터키 또한 이란과 인플레이션 상황이 유사하다. 지난해 10월 터키 법정화폐 리라(Lira)의 인플레이션이 11.9%로 치솟았다. 당시 터키 은행들의 부채 수준은 위험 단계였으며 외국인 투자자들도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터키 시민들도 크립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7월 초 인플레이션이 15.39%까지 오르면서 터키에서도 초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7월 초부터 8월 초까지 터키 내에서 로컬비트코인즈(LocalBitcoins) 거래 규모가 131.9%나 증가했다. 리라를 가지고 비트코인을 거래한 규모 또한 7월 7일 32만에서 8월 11일 75만 이상으로 늘어났다.

다만 코인텔레그래프는 15% 정도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터키의 가상통화 채택이 늘어났다고 보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시각이다. 터키 리라와 비트코인 간 시장은 최근 늘어났지만 거래 비중 상으로는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BTC 24시간 거래량 기준 총 거래 가운데 0.68%는 엔화로, 0.48%는 미국 달러로 거래되는 반면 리라는 0.08%에 그친다.

또한 로컬비트코인즈에 따른 리리화-비트코인 거래량은 인플레이션을 가져온 7월과 8월 모두 거래 규모가 4월과 6월 초만큼 크지 않았다.

이처럼 베네수엘라와 짐바브웨와 다르게 상대적으로 경제난 상황(인플레이션)과 비트코인 가격 간 연결 점이 약한 점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접근성에 있다고 코인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베네수엘라와 짐바브웨와 다르게 터키 정부는 자본 통제를 두고 있지 않다. 터키 시민들이 자유롭게 외환을 사고 팔 수 있다. 이 때문에 터키 투자자 및 시민들은 비트코인이 아닌 미국 달러화와 금을 사들이기 시작하 것이다. 실제 리라화 대비 달러와 금은 최근 눈에 띄게 가격이 올랐다.

“기축통화가 있는 한 가상통화 대거 채택 가능성 낮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코인텔레그래프는 “가상통화가 결제 대체 수단 및 가치 저장고로서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코인텔레그래프는 “현재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처럼 기축통화가 안정적이고, 불안정한 국가들의 시민들이 기축통화를 채택하는 한, 가상통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활용되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코인댄스의 로컬비트코인즈 거래량이 보여주듯이 비트코인 거래가 가장 빠르고 많이 거래가 됐을 때는 기축통화 접근이 어려울 때다. 즉, 단순히 인플레이션만이 아닌 미국 달러를 포함 안정적 통화 공급이 떨어지면 가상통화 거래, 채택이 상당히 늘어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