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들 ICO 규제 피해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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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초기 가상화폐 공개(ICO) 전면금지 조치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스위스·싱가포르·홍콩 등 해외 법인 설립을 통해 ICO를 진행, 자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

기업, 손쉬운 자금 마련 ‘코인사업’ 눈독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BS&C(사장 정대선)는 지난해 스위스 주크(Zug)에 국내 블록체인 기업 더블체인과 합작해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가상화폐 ‘에이치닥(Hdac)’을 발행, 2억5800만 달러(한화 약 2800억 원)의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게임업체 한빛소프트도 홍콩에 위치한 자회사를 통해 글로벌 게임 자산 통합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가상화폐 ‘브릴라이트 코인(Bryllite Coin, 이하 BRC)’의 ICO를 진행한다. 회사 측은 프리세일즈 및 프라이빗 세일즈를 거쳐 오는 4월 퍼블릭 세일즈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빛소프트는 코스닥 상장법인 모다와 함께 제스트씨앤티의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제스트’에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국내 헬스케어 빅데이터 스타트업 직토는 블록체인 기반 보험 플랫폼을 통해 가상화폐인 ‘인슈어리움(Insureum)’의 ICO로 3000만 달러(한화 약 320억 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회사측은 인슈어리움 공모 목표금액 중 200억 원 정도의 코인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판매(Privatesales)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한 프리세일(Pre-sale) 단계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토는 KB국민카드, 교보라이프플래닛 등 카드사, 보험사와의 제휴를 통해 헬스케어 특화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지난해 초부터 SK텔레콤, 코인플러그 등과 함께 정부 주관 EHS(환경·건강·안전) 데이터 기반의 사물인터넷(IoT)-블록체인 융합서비스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헬스케어 기업 마이23헬스케어도 블록체인 기반 헬스케어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고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오는 5월 ‘알파콘(Alphacon)’ 가상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네이버, 카카오도 ICO 통한 자금조달 가세

네이버와 카카오도 블록체인 자회사 설립 및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 등 관련 사업에 가세하면서 향후 ICO를 통한 자금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월 일본 내 자회사 라인을 통해 ‘라인파이낸셜’을 설립,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 및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등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코렐리아캐피탈의 K펀드로 프랑스 암호화폐용 하드웨어 기업 ‘렛저(Ledger)’에 400만 유로(한화 약 50억 원)를 투자하며 관련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라며 이달 중 블록체인 자회사 ‘카카오블록체인(가칭)’ 설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자회사의 초대 대표로는 스타트업 양성 기업인 ‘퓨처플레이’의 한재선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내정됐다.

카카오는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의 지분을 20% 가량 보유하고 있어 ICO 발행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오픈한 업비트는 카카오톡 계정 연동 및 24시간 상담 등 카카오의 지지 아래 단기간 국내 1위로 도약했다. 업비트는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렉스와 제휴를 통해 가상화폐 120종의 거래를 지원하는 한편, 스텔라루멘과 에이다 등 다양한 알트코인 거래를 지원해 알트코인 매매비중이 높은 국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한 카카오의 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를 받는 퀵 서비스 스타트업 원더스가 최근 비트코인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가상화폐 상용화를 도모했다. 원더스는 향후 가상화폐를 통한 퀵서비스 결제를 위해 실시간 시세 반영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 내세워 국내 규제 피해 해외로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ICO 추진을 위해 스위스, 지브롤터, 싱가포르 등 해외로 나서는 것은 정부의 ICO 전면금지 조치에 따른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로 주식을 투자자에게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던 기존의 방식보다 ICO가 용이하다. 각종 요건 및 재무구조 공개 등 복잡한 절차없이 한 장의 사업 계획서로 거금을 투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 설립이 국내 규제를 피하고 손쉬운 자금조달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과 함께 관련 기술과 자금 해외 유출 우려가 일고 있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ICO를 하는 것에 대해 규제하는 자체 방안이 없다. 그렇다보니 투자자가 사기적 행위에 대해 손해가 난다해서 책임을 질 수 없는 입장”이라며 “반대로 정말 우수한 기술을 가진 업체가 국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느끼고 ICO를 통해 해외에서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양패구상(兩敗俱傷·양쪽 다 피해를 입음)의 형국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현재 ICO 방식을 대체할 국내 자금조달 방법으로는 증권형 클라우드펀딩이 있지만 사실상 증권형 클라우드는 관련 법 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해외 ICO로 몰리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가 ICO 관련 제도를 시행한다면 증권형 클라우드 관련 법에 ICO를 포함시키거나 기존 증권형 클라우드 법을 완화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