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A to Z 인터뷰] 직토 CEO “韓ICO 제자리걸음”…”가이드라인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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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석 직토 대표<사진 = 임수아 기자>

“전 세계 ICO 시장이 시속 200km로 달리는데 한국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4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워크에서 만난 서한석 직토 대표는 한국의 ICO(가상화폐 공개) 속도가 ‘정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ICO를 진행하며 정보 교류를 위해 전 세계 블록체인 및 크립토(crypto)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있다. ICO 산업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는 현 국내 ICO 시장을 두고 “전 세계가 빠른 속도로 앞서 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주차만 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국내는 ICO를 둘러싼 정책적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정부 입장도 불명확한 상태다. 지난해 9월 정부는 ‘기술·용어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ICO를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ICO 금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불분명해 법적 강제수단이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ICO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국내 업체들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해외로 옮겨 마음 편히 ICO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였던 직토(Zikto) 또한 가상화폐 ‘인슈어리움’의 ICO를 싱가포르에서 실시했다. 인슈어리움은 직토가 선보일 인슈어리움 프로토콜에서 화폐 역할을 한다. 이 프로토콜 내에서는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개발자들을 연결한다. 보험계약자 개인은 ‘익명’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공유해 인슈어리움을 받을 수 있고, 보험사들은 데이터를 이용해 20~30대를 공략할 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등 최신 생활 트렌드에 맞는 상품도 내놓을 수 있다.

직토는 현재 프라이빗 세일만으로 200억 원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법률 자문과 마케팅 등 모든 ICO 과정을 해외에서 진행하면서 직토는 사실상 ICO가 금지돼 있는 국내 현실에 대한 여러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경태 직토 대표와 서한석 공동대표 <사진 = 임수아 기자>

서한석 직토 대표는 한 국가가 블록체인 시장을 선점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조건으로 ‘기술력, 시장 관심도 및 수급, 가상화폐(ICO)’을 꼽았다. 서 대표는 “정부 규제가 들어오기 전에는 우리나라가 이 세 박자를 모두 갖춘 듯 보였지만 현 상황에서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시장의 진전 속도가 멈춰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정부 규제가 있기 전, 상위 10대 가상화폐 거래소에 빗썸, 업비트 등 5개 국내 거래소가 포함됐으며 한국이 차지하는 거래량도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하루 총 거래 대금이 7조~8조 원인데 반해 당시 5개 거래소 거래 규모를 합치면 13조~18조 원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해 초 정부는 블록체인 관련 연구개발(R&D) 지원도 나서 서 대표가 꼽은 조건들이 맞춰 들어가는 듯했다. 또 이러한 점들을 들어 그는 “해외 시장에서는 한국을 크립토 및 블록체인 강국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는 ICO가 사실상 금지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허용 여부에 대한 이분법적 논쟁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 산업을 한국이 선점할 수 있는 골든타임도 놓치고 있다는 시장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분리해 접근하려는 정부 방향에 대해서도 업계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 블록체인은 육성하고 가상화폐는 규제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서 대표는 “전기차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데 전기차 ‘충전소’는 규제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국내 업계, ICO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없어”

무엇보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로 나가 ICO를 진행하면서 지출되는 비용은 국가적 차원에서 상당한 ‘기회 손실 비용’이라는 문제도 거론됐다. 해외에서 법인을 설립해 마케팅, 인력 고용 등에 지출되는 비용, 법인세 등이 모두 국부 유출이라는 것이다.

실제 한 기업이 ICO를 거쳐 토큰 하나를 주요 거래소에 상장시키는 데 수십억 비용이 발생한다. 서 대표는 “ICO를 진행하기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법률자문, 마케팅, 홍보 등을 포함해 주 거래소에 상장시키기까지 30억~40억 달러 규모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특히 서 대표는 “법률 계약서를 법무법인에 (외부감사를) 맡기듯 ICO를 할 때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가 기술적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보안 업체 등에 감사를 맡겨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한 건당 40,000달러 상당의 지출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이 해외로 나가 해외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인력을 고용하는 등 모든 절차 비용들이 우리에게 기회 손실 비용이 돼 버리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 대표는 국내 연계 기업들이 ICO 관련 실무를 겪을 기회조차 없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물리적 비용뿐만이 아니라 “해외 ICO 관련 업계들이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국내 법률이나 관련 업계는 멈춰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즉, 국내에서 뒤늦게 ICO가 허용되더라도 그때는 이미 ICO 실무 경험이 있는 해외 업체에 의뢰할 수밖에 없어 한국 ICO 산업이 뒤처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ICO·투자자·거래소 관련 가이드라인 필요”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제시한 돌파구의 첫걸음은 ‘가이드라인’이다. 서 대표는 “가이드라인이라도 있으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지만 현재 가이드라인이 없어 ICO와 연계된 산업들은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ICO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은 ICO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상태다. 지난해 8월부터 싱가포르통화청(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은 디지털 토큰 발행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으며 11월에는 증권법이 적용되는 토큰 판매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ICO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홍콩 또한 ‘핀테크 홍콩 협회(Fintech Association of Hong Kong)’가 지난해 12월 토큰 판매를 위한 절차(Best Practices for Token Sales)를 발표해 디지털 토큰을 발행하고자 하는 홍콩 핀테크 기관들을 위한 일반적인 절차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 서 대표는 “현재 국내에는 ICO, 투자자 (보호), 거래소 등 세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하지 않고 가이드라인도 같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서 대표는 “블록체인 1.0에서 블록체인 3.0까지 가상화폐 중심으로 발전해 왔고, 현재 ICO를 하고자 하는 기업들도 이전 블록체인의 확장성 등의 문제점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고자 한다”며 “결국 블록체인을 둘러싼 문제와 해결책은 가상화폐와 연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성급한 과세보다는 정부의 권고 및 가이드라인 아래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이 성장한 뒤 과세를 적용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선행하고 있는 ICO 업체들이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리플이 블록체인캐피탈이 조성하는 펀드에 투자한 것처럼 성장한 ICO 기업들이 시장에 재투자를 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한 ICO 업체들이 또 다른 블록체인에 투자하면서 ICO 시장 건전성을 확립하고 시장 성장으로 이어지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